탈핵양산시민행동, 양산시민은 지난 23일 "국민의 생존을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다"며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공약을 지켜라"고 하면서 기자화견을 했으며, 그 원문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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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지난 10월 20일 시민참여단의 최종결정을 발표했다. 건설 재개 59.5%, 건설 중단 40.5%로 재개 의견이 19% 높아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기로 했고, 24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대통령은 이틀 앞당겨 22일 공론화위의 결정을 존중하여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결정으로 한국은 2082년에 가서야 핵발전소가 모두 폐쇄될 ‘탈원전 정책이 급격하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 문재인대통령이 후보시절 정책협약서에서 언급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 건설 공론화는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 발표 어디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탈핵선언은 시작부터 선거용 전략이었다는 것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의 후보시절 정책협약서보다 훨씬 후퇴한 입장문을 들으며 ‘이게 나라냐?’라는 말을 다시 외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통령은 약속했다. 그래서 안전한 국가에서 살고 싶은 열망,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싶은 열망으로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는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니 바로 건설을 중지해야 한다는 바람이었으나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의 직접적인 숙의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참여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이번 공론과정에는 숱한 문제들이 있었다. 탈핵 쪽이 제출한 자료집의 사전 누출과 정보 빼가기, 객관적 검증을 위한 전문위원 자리에 대표적 찬핵 인사 참여와 그로 인한 객관적 검증과정의 농단, 국가의 하부기관인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공개적인 개입허용, 당사자 지역인 부울경 지역 배분의 불균등성, 미래세대에 대한 배제 등 많은 것들이 공론화에 과정에서는 비정상적이었다.
정말 상식이 있는 결정이라면, 향후 60년간 가동될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있어 이렇게 50대, 60대가 절반 가까이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공론화 시민 참여단의 최종 결과를 보면 전체 500인의 시민참여단 중 가장 많이 참여한 50대(112명)의 찬성이 60.5%로 20여 명이 앞서고, 60대 이상(118명)은 찬성이 77.5%로 60여 명 앞서고 있다. 60년을 돌아갈 핵발전소를 결정하는데 60년 뒤에 살아 있지도 않을 이들의 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이것은 숙의민주주의를 과장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전 생애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을 안고 살아야 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미래를 어른들이 재단한 셈이다.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대통령과 권고안을 마련한 공론화위원회와 언론들은 숙의민주주의의 실험이 성공적이라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뿐, 이 결정이 얼마나 반생명적이고, 자본에 의해 난도당한 비윤리적 결정이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이 결정으로 인해 생태부채의 짐을 고스란히 짊어질 미래세대에 대한 부채의식이나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참으로 참담하기만 하다.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공약 이행 대신 공론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부담스런 결정을 국민들에게 떠 넘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원전 홍보비용을 재생에너지 홍보비용보다 무려 32배나 많이 책정했다는 사실이 뉴스로도 보도되었다. 결국, 이것은 탈원전을 이야기하면서 원전 늘이기를 꾸준히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즉,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하면서 폭식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참담한 상황에서 10월 22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0세에서 18세의 어린이 청소년들로 구성된 ‘진짜 탈핵을 바라는 미래 세대들’이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도 국민입니다!”라는 절박한 기자회견을 했다. 그들은 회견문에서 “우리의 미래가 걸린 사안을 기성세대가 눈 깜빡할 사이에 결정해 버렸다. 값싼 전기는 어른들이 쓰고 핵폐기물은 우리에게 떠넘기는 이번 결정은 민주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경솔하고 이기적일 뿐이다.”라고 어른들에게 호소를 했다. 또한, 신고리 5·6호기와 함께 늙어야 하는지도 묻고 있었다.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다. 몇 십 년이 흐른 후, 그들이 어른들은 뭐했냐고 물으면 우리는 뭐라고 할 것인가?
그나마 시민참여단의 결정에 주목할 만한 것은 앞으로 핵발전 정책은 축소 53.2%, 확대 9.7%로 축소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사실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서도 앞으로 핵발전소 정책은 축소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원전 축소를 위해서는 노후핵발전소, 사고위험 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가동 승인을 받은 월성1호기는 물론 고리 2,3,4호기, 한빛 1호기 등 30년이 넘은 노후원전도 즉각 폐쇄해야 한다. 대통령은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해서 신고리 5·6호기 재개를 결정한 만큼 공론화의 권고인 노후원전에 대한 계획도 반드시 세워야 함에도 10월 22일 입장문에서는 월성 1호기만 언급하는 후진적이 탈핵정책을 보였다. 참으로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위험을 분산하자는 의미의 말이다. 작년 경주 지진 이후 600여 회가 넘는 지진이 오고 있는 상황에서 60여 개의 활성단층이 있는 곳에 신고리 5·6호기마저 건설된다면 9기의 핵발전소가 고리 인근에 밀집된다. 이것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고 흔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는 고리 핵단지로부터 반경 30km 이내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직접 당사자인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결정이 숙의민주주의를 과장한, 문재인 정권의 반생명적인 최악의 결정으로 여긴다. 그리고 위험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 곳에 9기의 핵발전소를 짓겠다는 비정상적인 이번 결정은 촛불정신이 추구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져버린, 상식에 어긋난 불합리하고 비윤리적인 결정으로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탈핵에 거래는 필요 없다! 생존에 타협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약대로 백지화하라!
하나, 국민의 생명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다.
신고리 5.6호기 원안대로 백지화하라!
하나, 부산, 울산, 경남 시민들 불안하다.
30년 된 노후원전 고리 2,3,4호기도 조속히 폐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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