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에 대한 집착
조 승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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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기 위해 달려온 내 삶의 습성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어느덧 앞선 사람들 하나 둘
그 대열에서 이탈해 나가네
가장 큰 슈퍼 문이 뜬다는 날
달은 어제처럼 둥글지만
14년 만에야 겨우 볼 수 있다는 그 달을
먼저 보려고 기다리면서
공원을 몇 바퀴나 돌았네
공원의 큰 느티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다른 사람보다 내가 제일 먼저 보았네
내 마음속을 들여다본 듯
달이 야릇하게 웃었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높은 곳을 미리 차지한 것처럼
❚ 작가 노트
앞으로나란히로 앞선 친구와의 거리를 지켰던 유년기의 습성으로 멀어질까 봐 거리 이어가기에 앞만 보고 달렸는데 어느덧 앞선 사람 하나 둘 이탈했고 달리는 내 뒤에도 이어서 온다.
가장 큰 슈퍼문이 뜬다는 날, 주기야 변하기도 하지만 14년 뒤에나 볼 수 있다는 저 달 놓칠세라, 틈이 벌어질세라 하늘 살피고 진땀 흘리며 공원을 몇 바퀴나 돌았다. 연령대에 따라 느끼는 마음이 다른지라 팔짱 낀 젊은이들은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14년 뒤에도 저 달을 볼 수 있고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는 간격이 유지만 된다면 아하, 이 달이 그 때 그 달이구나 반가이 맞이하는 간격이 계속 유지된다면 기꺼이 달려 나와서 지금 이 웃음이 그 웃음이라고 박장대소 어이 아니 할 수 있으랴,
사람 사이도 벌어지면 편두통 앓는 것처럼 아쉬움과 반성의 마음이 생기는데 그 입장을 이해하고 편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쓴 시이다.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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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래(趙勝來) 시인 | ||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어느 봄바다 활동성 어류에 대한 보고서』, 임재도 시인과 공동시집 『공감 여행』 , 김일태 등 7인 공동 시집 『길 위의 길』 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고, 계간문예문학상(2020), 조지훈 문학상(2021)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시와시학 문인회,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동인 및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와 서울문학광장 이사로 활동 중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김영미안 anteajun@naver.com
